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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골 이야기 | 관리자 | 2011-12-14 21:57:51 원문 URL : http://jangheung.net/bbs/?tbl=human&mode=VIEW&num=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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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방님 배고파 죽을낀데...” 내가 오늘 백자골에 행차한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다. 다시 마을로 돌아오자 병갑씨 집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임동떡(댁)이 벼들 담고 있다. 수연씨는 다짜고짜 임동떡에게 가더니 “아짐 우리 밤따러 갑시다” 하고 채근한다. 임동떡은 별 거부 반응 없이 수연씨를 따라나섰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두 집안 사이에는 내가 모르는 밀약이 있단다. 그런데 대외비라니 더 이상 관심 갖지 않기로 했다. 임동떡은 나와 구면이다. 며칠 전 모 방송사에서 미처 촬영하지 못한 촬영 분을 내가 대신 찍는다고 호들갑 떨 때 적토미 씻는거며 밥 짓는거, 맛있게 밥상 차리는 것은 몸소 시연했던 분이다. “가만 있어봐요, 밤 따려면 긴 막대라도 가져가게...” 수연씨가 긴 막대를 찾으러 집을 뒤졌다. 그러다 마침내 찾은 것이 긴 알루미늄 막대다. 세게 한번 내리치면 막대가 금방 휘어버릴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이런 막대밖에 없으니. 아까부터 주인마님의 움직임을 따라 깽깽거리며 하소연하던 깜순이가 애절한 눈빛으로 수연씨를 바라본다. 깜순이는 새끼를 배고 있어서 안전하게 수연 씨가 묶어놨단다. 깜순이의 말없는 하소연이 안타까웠던지 수연씨가 깜순이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깜순이는 무거운 몸을 힘에 부쳐하면서도 마냥 즐거워한다. 수연씨가 긴 막대를 들고 앞장서고 임동떡과 내가 뒤를 따랐다. 똘이와 깜순이는 우리 일행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100여 미터를 걸어 산 아래 도착하자 입구에서 똘이와 깜순이가 반긴다. 이 녀석들은 몇 번 와본 모양이다. “에고, 할아버지와 손녀의 로맨스였다. 똘이 할배 땡잡았네. 뭔 복이여.” 나지막한 산 입구로 들어서자 몇 기의 묘지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숲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이랑을 곱게 골라 놓은 밭이 보인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을 숲을 타고 밭에만 쏱아지고 있다. 수연씨와 임동떡은 익숙한 걸음으로 밭두둑을 성큼성큼 걸어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똘이와 깜순이는 나이차가 나서 그런가 별로 다정한 부부 같지는 않다. 각자 다른 곳에서 노는 것을 보면. 개들도 세대 차인가 있나? 궁금하긴 하다. 밤나무 아래는 밤 껍질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병갑씨 아이들이 밤 따기를 몇 번 했으니 밤 껍질이 어지럽게 널려 있을 수 밖에. 나와 수연씨가 떨어진 밤을 찾아 헤메는 동안 임동떡은 어디서 주웠는지 토실토실 한 알밤 세 개가 들어있는 밤을 주어 내 앞에 던져 놓는다. 밤을 따고 있는 수연씨 어깨 너머로 비치는 부드러운 가을 햇살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밀레의 만종“은 못되더라도 ’백자골 밤따는 아낙‘은 되지 않을까. 떨어진 밤을 줍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나보다. 임동떡이 알루미늄 막대를 들고 밤을 치기 시작한다. ‘후둑두’ 소리를 내면 한 무더기의 밤이 쏟아진다. 그러자 임동떡은 막대를 내려놓고 껍질이 다 벗겨지지 않은 밤송이를 고무신 사이에 넣고 익숙한 솜씨로 밤을 깐다. 한쪽발로 밤을 잡고 다른 한발로 밤을 까는 것 같다. 그러더니 작은 나무 막대를 도구로 사용해 밤을 깐다. 거침이 없다. 하루아침에 다져진 솜씨는 아니겠지만 혀를 내두를만한 솜씨다. 두 사람이 열심히 딴 밤을 밤나무 아래 내려놓았다.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욕심대로 따려면 한참 더 따야할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병갑씨네 다섯 식구가 먹기에 그리 부족한 양 같지는 않다. 내일 필요하다면 내일 다시 이자리에 오면 되니까. 부드러운 10월의 햇살이 저 산을 넘어가기 전에 우린 내려와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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